“그라운드 제로에서 우리가 발 딛고 선 자리의 조건을 진단한다. 무엇이 소진되었는가, 누가 밀려났는가,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시간은 누구의 것이며, 교육은 누구의 삶을 반영하고 있는가, 입시는 어떻게 구조가 되었는지, 가속은 어떻게 규범이 되었는지, 정책은 어떻게 학교의 시간을 점령했는지...”
신간
멈추지 못하는 학교
- 입시가속체제와 시간주권
오늘날 학교에서 교사도, 학생도 너무나 바쁘다. 입시가 하나의 제도가 아니라 질서가 돼 버린 한국 사회에서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압축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선생님, ○○ 주식 사셨어요?” 학생들이 교사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학생들의 장래희망은 ‘건물주’가 된 세상이다. 그 배경에는 자본 소득이 노동 소득을 훌쩍 넘어서 점점 확대되어만 가는 경제적 불평등이 있다. 이런 세상에 발맞추어 학교에서도 더욱 실용적인 경제교육이라며 자산 관리를 가르치는 교육을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의 생존과 성공을 위해 금융·투자·재테크를 일찌감치 익히게 하는 것은 응당 학교가 해야 할 일인 것만 같다.
미래 사회에서는 지식 습득보다 역량의 함양이 중요하기 때문에, 교육이 미래 사회에서의 개인의 성공적인 삶을 위해 필요한 역량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논의되는 역량 교육은 주류 이데올로기에 의한 미래 예측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그러한 사회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결과적으로 역량은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을 상품화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한 스펙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 쉽다.
팬데믹 사태에서 불거진 문제들은 특수한 ‘재난’ 상황에서 빚어진 문제라기보다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와 교육이 가지고 있던 모순을 ‘드러낸’ 것이었다.
백신과 치료제가 효과를 발휘하고 바이러스도 종식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코로나 이전의 교육은 우리가 바라던 교육의 모습이었나? ‘지금’의 위기를 우리 사회를 성찰하고 전환하기 위한 기회로 삼지 못한다면, 코로나 ‘이후’ 우리의 삶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지도 모른다. ‘포스트 후쿠시마’가 그러했듯. ‘포스트 세월호’가 그러했듯.